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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엄마와 산책. 그 의미.
    카테고리 없음 2022. 3. 28. 16:14

    엄마와의 산책길

    코로나 몹쓸 병을 극복하고 거의 2주 만에 부모님을 만나러 본가에 들렀다. 엄마가 내려주는 (거의 10일만의 첫)커피를 마실 생각에 들떠서 밥도 허겁지겁 먹고 카페로 왔다. 일하는 엄마, 사랑스럽다. 누군가 내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생각해줄까? 일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커피를 내리거나 빵을 굽거나 혹은 꽃꽂이를 하는 류의 일만이 사랑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사랑스러운 것을 창조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부쩍 커진 요즘이다. 그래, 하나님은 우리를 본래 사랑스럽게 창조하셨지. 그렇지 않을지라도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시지. 그래서 우리를 용납하시고 사랑으로 품으시지...... 엄마와 간만에 산책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언제부터일까? 내가 엄마에게 비밀이 많아진 순간 부터일까? 속 깊은 얘기를 할 수 없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현실에의 고민과 불만(?)을 엄마는 엄마로서, 내가 행복하기를 바라는 자로서 도저히 용납하기가 어려운 듯 했다. 마냥 즐겁게 주어진 현실을 적당히 돌파하며 개척해나가는 인생의 묘미를 잘 아는 딸로 자라기를 바라는 그녀였다. 요즘 나는 정체된 느낌이다. 그래서 엄마와 가만히 눈을 마주치는 것을 피한다. 마치 인생의 다음 스텝(step)으로 넘어가길 원하는 것만 같은 엄마의 눈빛을 애써 외면하며 겉도는 이야기를 늘어뜨린다. 그럴 때, 커피를 두고 마주 앉아서 두 눈을 맞대고 대화를 하기 보다는, 같이 걸으며 한 방향을 보고 도란도란 여기는 어떻고 저기는 어떻고 조잘대는 것이, 함께하는 시간과 우리 관계를 더 풍성하게 해주었다. 부모의 기대는...... 참 고맙고도 난해하다. 엄마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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