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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페르소나
    카테고리 없음 2021. 3. 26. 16:35

    엄익훈 作

    세상엔 좋은 대화에 대한 많은 정의들이 있지요. 특히 고상한 취향이 각광받는 이 시대에 '대화의 결' 또한 잘 다듬어야하는 하나의 스펙과 같이 느껴질 때가 있어요. 저만 그런가요? 요즘 유난히 좋은 대화란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자주하게 됩니다. 그런 생각을 하게된 딱 하나의 계기가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냥... 지극히 자기중심적인 이유로 시작된 것 같습니다. 나는 누군가가 나라는 존재를 완벽히 이해하기 힘들다고 확신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타인이 나를 오해한다고 하여 크게 동요되거나 해명하려고 애쓰는 편은 아닙니다. 오히려 상대방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탓하는 편이죠. 하지만 요즘들어 나를 포장할 필요 없이, 있는 그대로 나를 바라봐 줄 사람들이 많으면 좋겠다는, 생전 가져보지도 않은 종류의 바램이 생겼습니다. 인정욕구와는 조금 다른 것이라고 주장하고 싶습니다. 모르겠어요. 오늘 미술관에서 <페르소나>를 주제로 한 작품들을 감상했기 때문일까요? 내가 선택한 페르소나대로 상대가 나를 바라봐 주기를 바라는 욕심... 그것이 잘못 전달되면 내가 마치 연기를 잘 못하는 실력없는 배우가 되어버린 것과 같은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저는 꽤 연기를 잘 하는 편인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가식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또 주장하고 싶습니다. 이런 자기중심적인 욕구는 어느 누구나 갖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도 많은 사람들과 대화할 때, 그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는 시그널을 보내고 싶어졌습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누구도 아닌 나에게만 그런 시그널을 보내는 사람이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참 모순적이죠? 저는 제 자신을 성찰할 때, '열길 물 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말이 정말 훌륭한 격언이라는 것을 통감합니다. 인간은 간사하고 영악하고, 하지만 동시에 많이 멍청한 죄인인 것 같습니다. 조물주의 크신 사랑 안에 그저 이해받기를 떼쓰는 어린아이와 같은 태도로... 이 세상 떠날 때 까지 살겠지요. 저 작품을 보세요. 물리적 형체는 그로테스크한 쇳덩이일 뿐인데, 빛을 비추니 사랑을 고백하는 한 남녀의 형체가 투영되는군요. 빛이 없으면 그저 죗덩어리일 뿐입니다. 제 얘기에요. TGI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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