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ME

-

Today
-
Yesterday
-
Total
-
  • 오미크론의 흔적, 미각의 상실
    카테고리 없음 2022. 3. 24. 17:00

    장욱진(1918-1990) 부엌과 방 A Kitchen and a Room

    지난 5일간 무척이나 아팠다. 근 5년 동안 앓았던 모든 잔병치레들을 통틀어서 가장 아팠다. 그렇다. 나도 오미크론의 촘촘한 레이더망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나름) 인싸였던 것일까. 첫 날은 몸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뼈 마디 마디가 아팠다. 그리고 열도 함께 났다. 자고 일어나면 이불이 축축해져 있을 정도로 내 몸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격렬히 치뤘다. 아파도 밥맛 없었던 적은 별로 없었는데, 진짜 입맛이 없었다. 조금 자극적인 음식들로 내 미뢰의 존재감을 확인해보려 했지만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라면생각도 없어졌다. 몸이 아프면 몸에서 필요한 음식들이 당긴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랬는지... 한식 생각이 많이 났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미역국, 양배추쌈 등등... 평소에 흔히 접할 수 있는 평범한 밥상. 하지만 나는 집에서 나와 격리하고 있던 몸이었는지라 평범한 식단이 오히려 더 어려운 상황이었다. 배달로 한식 비슷한 한상차림을 시켜도 그 느낌이 안났다. 배고플 때마다 엄마가 해주는 따뜻하고 정겨운 집밥이 그리웠다. 하지만 막상 엄마가 걱정어린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 내 생사확인을 할 때면, 나는 말짱한 듯이, 별로 아픈 곳이 없는 듯이 전화에 응하곤 했었다. 나도 이제 다 큰 것일까? 부모님이 걱정하실까봐 괜찮은 체 하는 내 모습이 상당히 어른 같다는 우스운 생각도 해보았다. 동생도 양성반응을 띄었다. 걔는 별 증상이 없다고 했다. 다만 물 먹으러 옆방 가다가 격리장소 이탈한 것을 상사에게 걸려서 사유서를 써야한다는 귀엽고도 웃픈 해프닝이 있었을 뿐...... 하여튼 아직도 미각이 완전히 돌아오진 않았지만 오늘도 나는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진정한 맛집을 찾아 헤메인다. 건강이 최고다. 건강이!

Designed by Tis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