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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한가을 The Middle of Autumn카테고리 없음 2023. 11. 6. 16:48
가을이다. 한가을. 왜 한여름, 한겨울이란 단어처럼 한가을은 없을까? 한 씨 성을 가진 남자를 만나 딸을 낳는다면 한가을이라는 이름을 지어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2023년이 두 달 남짓 남았다. 나는 힘이 빠진 나날들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아무 기쁨이 없는 일상. 어떤 오래 가꿔온 관계를 매듭지어야 할지 말지에 대한 갈림길에 놓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내 힘으로는 할 수도 없고 하고 싶지도 않은 그런 일. 나는 감정을 담아두는 것에 소질이 없다. 기쁘면 기쁜 대로 슬프면 슬픈 대로 지치면 지친 대로 차가우면 차가운 대로 행복하면 행복한 대로...... 표가 나는 사람 또는 티를 내는 사람에 가깝다. 그런데 이 일을 매듭지어야만 한다면, 내 모든 감정을 마음에 꾹꾹 담고 저 깊숙이 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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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링카테고리 없음 2023. 1. 25. 22:42
회사에서 멘토 멘티 시간을 갖도록 소정의 금액을 지원한다. 누구에게? 멘토에게. 왜? 신입사원에게 멘토링을 하라고. 1월에 나는 멘토가 되었다. 내가 멘토라니. 내가 감히 누구를 멘토하니...... 오글거리고 웃음이 다 나온다. 그래도 내 말이 아니라 내 존재 자체가 멘토가 될 수 있도록 내 업무에 좀 더 충실해야할 동기가 생겼다. 그것은 내게 후배가 생겼다는 말이다. 적어도 일년 정도는 멘토로서 열심히 일하는 내 자신의 모습에 도취되어볼까 하는 기특한 생각도 든다. 어찌되었든 오늘 그 멘토링이라는 것을 이행했다. 퇴근길 저녁을 먹으면서 아이스브레이크를 하였다. 이런 저런 회사 일, 그리고 '라떼는' 이라는 단어만 뺀 라떼 이야기, 나의 직장생활 푸념 등. 내 한맺힌 푸념을 최대한 가볍고 위트있게 풀어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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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카테고리 없음 2022. 12. 13. 16:19
직장생활을 하면서, 내가 지금 커리어라는 것을 쌓고 있는 것인지 또는 사회생활의 방편을 익히고 있는 것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물론 두 마리 토끼를 같이 잡는 느낌이면 금상첨화겠지만 나는 지금 후자에 가까운 직장생활 중인 것 같다는 우울감을 떨칠 수가 없다. 물론 견디는 댓가로 월급을 받지만 나는야 야망있는 여자라서 이 월급에 만족할 수 없다는게 내 도전의식을 자극한다. 생각해보면, 지난 직장에서는 서로에 대한 긍정적인 피드백이 오가기도 하며 유대관계도 좋고 참 즐거웠는데 이번 직장은 정말이지, 대체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겠냐 생각해보면 '직장생활' 그 자체로만 두고 봤을 때 현타가 잦은게 사실이다. 순간 이상한 포인트에서 상대적 박탈감이 온다. 배우 이연희가 오피스 드라마에 출연한단다. 네가 직장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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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welcome attention카테고리 없음 2022. 8. 4. 18:04
이번 주간, '사람들이 나를 어떤 사람이라고 평가하는가'에 이렇게까지 신경써본 적이 없었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타인의 '시선'에 대해 깊은 고찰을 해보게 되었다. 고찰을 할 수 밖에 없는 일이 터지기도 했지만 여러모로 참 시의적절한, 그런 시간이었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의 수명이 짧을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의술의 발전, 발전이 뭐야, 거의 영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첨예하게 진보한 과학기술 덕택에 못 고칠 병은 거의 없다 믿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0세 인생에 the period of youth는 30살까지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큰데, 그 중에 가장 그렇게 여기는 사람은 막 30살에 진입한 본인들일테다. 그토록 앙망하던 30살이 되었다고 어떤 회사가 나를 스카웃 한다던지, 끝내주는 왕자님이 일찍이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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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카테고리 없음 2022. 5. 25. 16:49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이제 요양원에 계시던, 나를 4살 때까지 끼고 살다시피 길러주시던 외할머니는 이 세상에 없다. 할머니가 치매 증상으로 요양병원에 계실 때, 할머니 뵈러 자주 가지 않았다. 가지 '못'했다고 표현할 수 없다. 나는 가지 않은 것이 맞기 때문이다. 미안함과 죄송함이 장례식 내내 밀려왔다. 하지만 줄곧 길을 지나다가, 차를 타다가, 요양원 건물만 봐도 할머니가 떠올랐었다. 정말이다. 마음이 아파서 외면하고 싶었다는 우리 엄마의 마음... 그 만큼은 아니지만 그 마음을 정말 조금은 이해할 수 있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한 달 전 쯤 내 꿈에 나오셨다. 꿈에서 할머니는 어린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나는 그 아이가 할머니임을 알았고, 우리의 관계도 할머니와 손녀 지간이었다. 나는 지금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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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Do List카테고리 없음 2022. 4. 27. 17:55
해야 할 일이 많을 때, 그러니까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해야만 할 일이 많을 때, 마치 해야 할 일은 하기 싫지만 해내야만 하는 일로 치환되어 '하기 싫은 일'로 전락해 버린다. 그러면 그저 '해치워버려야 하는 일'이 되기 십상이다. 요즘 내겐 많은 해치워버려야 하는 일들이 있다. 그런 일을 해야만 할 때는 난 곁눈질로 그것들을 떠올리고, 곁눈질로 쳐다보며, 곁눈질로 무심하게 기계처럼 임한다. 때로는 기계처럼 임할 때가 훨씬 더 일처리가 깔끔하다. 일에 감정을 넣으면 그 순간, 내 감정에 집중하게 된다. 그러면 감정을 컨트롤해야만 일이 풀리기 때문에, 컨트롤해야만 하는 감정이 생기지 않게끔 상황을 통제하려고 하다 보면! 주변의 상황에 더 예민해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해치워야 하는 일' 앞에는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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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산책. 그 의미.카테고리 없음 2022. 3. 28. 16:14
코로나 몹쓸 병을 극복하고 거의 2주 만에 부모님을 만나러 본가에 들렀다. 엄마가 내려주는 (거의 10일만의 첫)커피를 마실 생각에 들떠서 밥도 허겁지겁 먹고 카페로 왔다. 일하는 엄마, 사랑스럽다. 누군가 내가 일하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생각해줄까? 일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울 수 있을까? 커피를 내리거나 빵을 굽거나 혹은 꽃꽂이를 하는 류의 일만이 사랑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사랑스러운 것을 창조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부쩍 커진 요즘이다. 그래, 하나님은 우리를 본래 사랑스럽게 창조하셨지. 그렇지 않을지라도 우리를 끝까지 사랑하시지. 그래서 우리를 용납하시고 사랑으로 품으시지...... 엄마와 간만에 산책 하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언제부터일까? 내가 엄마에게 비밀이 많아진 순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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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미크론의 흔적, 미각의 상실카테고리 없음 2022. 3. 24. 17:00
지난 5일간 무척이나 아팠다. 근 5년 동안 앓았던 모든 잔병치레들을 통틀어서 가장 아팠다. 그렇다. 나도 오미크론의 촘촘한 레이더망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나름) 인싸였던 것일까. 첫 날은 몸이 두드려 맞은 것처럼 뼈 마디 마디가 아팠다. 그리고 열도 함께 났다. 자고 일어나면 이불이 축축해져 있을 정도로 내 몸이 바이러스와의 전쟁을 격렬히 치뤘다. 아파도 밥맛 없었던 적은 별로 없었는데, 진짜 입맛이 없었다. 조금 자극적인 음식들로 내 미뢰의 존재감을 확인해보려 했지만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라면생각도 없어졌다. 몸이 아프면 몸에서 필요한 음식들이 당긴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랬는지... 한식 생각이 많이 났다. 김치찌개, 된장찌개, 미역국, 양배추쌈 등등... 평소에 흔히 접할 수 있는 평범한 밥상. ..